1. 치앙마이는 나 같은 사람에겐 참 힘든 곳이었다… 술과 여자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일지 모르나.

어느날 문득 내 주위에 “How much?”를 알아들을 수 있는 태국인의 숫자가 한 손으로 채 꼽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내가 묵는 숙소는 일본노인들로 가득하다. 그런걸 깨닫고 나선 밤마다 혼자서 맥주 마시고 누군가와 대화하는 상황을 상상하며 영어로 주절거리는 내 모습을 발견.

여지껏 여행다닌 곳 중에서 영어가 이렇게 안 통하는 곳은 처음인듯. 내가 아무리 혼자 여행 잘 다니고 혼자 있는 시간도 좋아한다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 하잖아…

 

2. 무에타이를 다니면서 친구라도 사귀어볼 생각이었는데, 한 번 가면 발이 팅팅 부어오니 자주 갈 수가 없다. 무에타이 킥은 발목과 정강이 부근으로 차는데, 몸에 밴 태권도 습관 때문에 자꾸 샌드백을 발등으로 차니 걷기 힘들 정도로 발이 붓는거다.

태권도 배울땐 대부분 가벼운 미트를 차지 패드나 샌드백은 잘 안 차는데, 무에타이 발차기가 다리를 들어 온 몸을 회전하며 차는 거라면 태권도 돌려차기는 채찍처럼 가속을 붙여 발등으로 후려치는거다. 모든 파괴력이 작은 발등에 모이니 아픈게 당연.

정강이로 차면 애매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아프거나 하지 않다. 한 마디로 무에타이 하려면 특별히 어딜 단련하고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발등단련은 엄청난 시간이 필요. 여지껏은 미트나 차봐서 괜찮았는데. 오른발차기는 이제 무에타이식에 어느 정도 적응해서 잘 안붓는데 왼발이 아직 잘 안된다.

 

3. 하여튼 그래도 안면 튼 일본친구와(자기 말로는 미국에서 UFC격투기 선수들 3명 닥터했다던데 진짜일까?;)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나보고 왜 나가서 여자 안 만냐난다. 새벽 2시쯤 길거리 나가보면 그날 손님을 구하지 못한 매춘부들 널렸고 매우 저렴하게 딜 -_- 을 할 수 있다고.

좀 어이가 없어서. 난 태국여자를 만나게 되더라도 정상적으로 만나고 싶고 대화도 하고 싶다고 했더니, 꼭 말이 통해야만 대화가 되는건 아니지 않냐고 오픈마인드를 가지라 하네. 태국에 있는 모든 외국인 남자가 그러는데 왜 나만 안 그러냐고.

내가 태국에 처음 오기 전부터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졌던게 이런 부분인데, 이상하게 태국에서 볼 수 있는 외국인여행자들은 – 좀 노골적으로 말해 – 질이 낮다. 여행자 숙소나 거리에서 만나도 눈인사도 잘 안하고 매춘이나 마약거리를 찾아다니는 비율이 상당히 많다.

그런 성향과 히피스러움이 싫어 좀 뭔가 열심히 해보려는 애들하고 어울리고 싶었는데, 심지어 무에타이 체육관에 있는 애들마저 이 모양이니. 같이 술 먹으러 다니면 자연스럽게 약과 매춘으로 이어질 애들이라 굳이 인연을 안 만드는게 나을 듯 싶다.

 

4. 어제 빠이로 왔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탐색차 온 것인데, 빠이 자체보다도 방갈로형 숙소가 마음에 든다. 풀장과 오두막과 방갈로, 거기에 식당과 인터넷까지 있으면 더 이상 필요할 게 없다. 집중이 잘 될 때는 숙소 밖을 나가지 않고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게 좋으니까.

빠이 시내는 엄청나게 투어리스틱하다. 단위면적당 여행자 대상의 가게들 수로 치자면 카오산을 능가할 정도가 아닐까. 그냥 빠이란 마을이 관광지 같은 느낌. 누군가 말했듯이 시골에 조그만 마을 하나가 –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닌 – 어떻게 이렇게 북적이게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

빠이 분위기가 싫은 것은 아닌데,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이 마을에 신의 은총이라도 내리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관광객이 드글거리는 장소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관광화가 잘 된 것은 여행자 입장에서 편리하기도 하다. 햄버거 피자 과일주스 칵테일 등 현지에 흔하지 않고 여행자들 좋아하는 것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니까. 숙소에 박혀서 글 쓰다가 더우면 풀장 한 번 들어가고, 찌뿌둥하면 시내 한 번 나갔다 오고, 가끔 무에타이나 배우러 다니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곧 치앙마이 돌아가면 짐을 싹 챙겨서 빠이로 옮겨야지.

 

5. 빠이 오자마자 밤에 야식 먹으러 갔다가 옆자리에서 만난 애들하고 새벽 두시까지 이런저런 얘기.

간만에 스트레스 풀리는 시간이었다.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지… 그 자리에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이스라엘 여자애가 있어서 스페인어로 한참을 떠들었다. 진짜 세상 좁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었지만 별도 포스트로.

 

6. 간만에 올리는 소식인데 그래도 한 호흡에 썼다. 확실히 글 쓰기에 좋은 분위기인듯.

빨리 빠이로 옮겨서 세팅하고 열심히 여행기 써야지.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