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라마단 금식기간이 끝나자 르바란 연휴가 찾아왔다. 이 때는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이 여행하기 때문에 여름성수기 끝물의 또 한번 호황이기도 하다.

문제는 발리 내의 모든 무슬림이 운영하는 가게가 싹 닫았다는 것. 발리에 힌두교 인구가 90%라고 하더니만 무슬림이 이렇게 많았을 줄이야? 물론 상업중심지인 꾸따 주변이라 그렇겠지만. 다른 섬에서 돈 벌러 발리로 흘러들어 온 사람이 많을테니.

자주 가는 나시짬뿌르집도 문을 닫았다. 주인이 자바섬 사람이라더니 이쪽도 르바란 기간동안 고향이라도 다녀올 모양이지.

덕분에 거의 일주일 동안을 나시고렝 미고렝만 먹었다. 나시짬뿌르집은 이상하게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하는 모양이다. 단골집인 저 Warung Nikmat의 나시짬뿌르 반찬수가 50가지는 족히 넘을걸 생각하면 내 식생활에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르바란 기간 동안 업무 또한 원활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회사의 모든 무슬림 직원들이 휴가를 냈다. 대부분의 일주일 이상의 장기휴가인데, 힌두교 직원들은 수시로 종교행사에 참여한다는 걸 감안하면 무슬림 직원들이 일년에 한 번 길게 빠진다고 뭐라 할 수도 없다.

하여튼 고난스런 일주일을 보냈더니 아뿔사, 이번에는 힌두교 직원들이 3일간 쉬는 주라고 하네? 갈룽안 데이? 선한 신이 악한 신을 물리치는 것을 기념하는 날이라는데 발리달력에 맞추기 때문에 매년 날짜가 조금씩 틀리다. 이 갈룽안 데이가 하필이면 르바란 연휴 끝나자마자 시작인 상황.

그러니까 한 마디로 2주 동안 발리 내에서 뭐가 제대로 돌아가는게 하나도 없었다는거지. 한번은 무슬림계 가게들이 싹 다 닫더니만 이번에는 힌두교계 가게들이 싹 다 닫는거다.

갈룽안 데이에는 더 심각한게 은행등 관공서까지 닫아버리고 열린 가게들도 최소한의 직원들만으로 운영하니, 무언가 협의를 할 수도 물건을 구입할 수도 없다.

6개월 동안 찬물샤워를 해온지라 온수기를 사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구입하러 가다보니 아뿔싸, 은행이 닫아서 돈을 뽑을 수가 없네? 돈이 있어 마트에서 구입했다 하더라도 설치기사가 갈룽안 데이에 일하지 않을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

결국 모든 일들이 2주간 삐걱거리다 다음주에나 제대로 진행될거라는 예상. 식생활은 정말 타격인게, 갈룽안 데이 3일 연휴간 힌두교계 가게들이 닫은 것에 더해 무슬림 가게들도 상당 수가 문을 열지 않는다. 주고객인 힌두교도들이 휴일이니 가게 문 열어봐야 얼마나 벌겠냐는 생각일듯.

2주간 제한된 식생활을 하다보니 은근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제는 몸도 안좋아서 김치찌개 한 번 들이키러 회사에서 가까운 한식당을 찾아갔더니 맙소사, 그새 망한건지 이사를 간건지 간판도 없고 건물 내부가 휑하다. 처음엔 갈룽안 데이라서 문을 안 연건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이사를 했으면 공지를 붙였을텐데…

개인사업을 해본 사람으로서 남의 일 같지 않더라. 씁쓸하지만 나 먹고 살기도 바쁜 것이 현실. 거래처 하나가 없어진 셈이니 폐업이 확실한지부터 확인하고 대체 한식당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되겠고.

트위터 중독 때문에 긴 글을 못 쓰게 된 것 같아 다시 블로깅 하는 습관을 들이러 짧게 쓰려던 글인데 긴 뻘글이 되어버린듯.

8월엔 내게 정말 좋은 일도 있었고, 피곤하고 힘든 일도 많았다. 스케줄상으론 9월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 것 같은데… 서울에서 3주에 걸쳐 직원들이 발리로 휴가 오는데다, 스위스 절친과 그 여자친구도 발리 놀러온다고 하고. 결정타는 두둥! 한쿡에서 사장님과 지인분들이 9월말에 골프치러 3박5일 일정으로 오신다는.

지난번에도 경험했었지만, 귀빈들 한 번 수행하고나면 병 난다. 지난번엔 사장님 지인 한 분의 가족이 오셨지만 이번엔 사장님이 직접 오시는데다 친구분들이 4분이나…

그래, 9월에 어디 한번 죽어보자~ ㅠㅠ

육체적으로 힘들면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어지기 마련인데. 좋은건 9월 한 달 동안 시간은 잘 가게 생겼다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감기몸살로 초저녁부터 뻗어 새벽에 일어나서 뻘글 쓰는 2012년 8월의 마지막날.